트럼프 "北에 관심 가질 때"…李대통령의 단계적 비핵화 모색하나
이란 이후 북핵 집중 가능성…'완전 비핵화' 해법 마땅치 않아 고민
北, 이란에 유리한 종전 합의에 자신감 얻어 북미대화 응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명분으로 제시한 '핵무기 보유 저지'를 종전 합의를 통해 어느 정도 달성하면서 이후에는 북한 핵 문제로 시선을 돌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이란과의 전쟁을 통해 비핵화 협상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경험했을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한 북한 비핵화라는 현 목표에서 눈높이를 낮춰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단계적 비핵화'를 고려할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에게 "이제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될 때가 됐다"고 말했다고 19일 브리핑에서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2018년 제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산책한 사진을 올린 것도 자기라고 이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이 사진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임박했던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등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첫 임기 때 해결하지 못한 북한 핵 문제를 다시 다루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 대통령의 설명대로라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이런 관측을 확인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김정은과의 대화를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셨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가 없는 이란을 상대로도 전쟁과 협상에 큰 어려움을 겪은 만큼 이미 다량의 핵 물질과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의 비핵화를 어떻게 관철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미국이 무력으로 핵 역량을 제거하려고 할 경우 핵무기와 엄청난 재래식 군사력으로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 주한미군을 위협할 수 있으며,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인질 삼은 것 못지않게 세계 경제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기존의 대북 제재와 외교적 압박이 북러 협력 등으로 인해 별 실효성이 없는 가운데 군사 카드 또한 여의찮은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다른 나라를 대하는 방식으로 북핵 문제를 접근하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렸다"며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동의를 했다. 그런데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아 고민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북한 핵 능력의 동결→감축→폐기 순으로 진행되는 '3단계 비핵화론'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무기를 처음부터 완전히 없애려고 할 게 아니라 일단 핵 물질 추가 생산과 해외 반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중단 등을 통해 북한의 핵 위협이 더 커지지 않도록 동결하고, 이후 신뢰가 쌓이면 핵무기 감축, 궁극적으로 폐기를 추진하는 안이다.
이런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도 뭐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충분히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고 이 대통령은 전했다.
지금까지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해왔다.
이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해야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는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 정책 목표를 완전한 비핵화에서 핵 능력을 제한하는 핵 군축으로 조정할 경우 북한의 구미를 당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를 보면서 미국과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어 향후 미국의 대화 제의에 더 적극적으로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는 미국 내에서도 '항복 문서'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이란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만으로 제재와 동결자금 해제 등 여러 경제적 대가를 확약받았기 때문에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 입장에서는 더 큰 대가를 기대할 수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도 이란이 한 것처럼 미국과 담판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 가장 원하는 것은 제재 해제일 텐데 미국이 이란과의 합의에서 제재에 대해 매우 유화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시작부터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하면 협상이 첫 단계에서부터 좌초할 수 있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물가 등으로 이란과의 협상을 신속하게 타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지만, 북한과는 대화를 서둘러야 할 긴급한 필요가 없으며, 따라서 이란과의 협상에서처럼 국내외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북한에 쉽게 양보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